# 1.
지나치게 세심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탓에, 어떠한 일을 하던 전념을 다한다.
그 일을 마칠무렵, 나는 거의 떡실신 상태에 이르게 되고 적적한 마음을 술로 달랜다.
그렇게 살아온 나의 20대는 이미 작년에 막을 내렸고, 이제 나는 30대에 접어들었다.
# 2.
모든 글은 마감일이 다가와야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는다.
그건 오랜 대학시절을 돌이켜 봤을 때, 교수건 학생이건 다를 바가 없다.
힘겹게 완성한 자소서를 다시 읽어보며 오탈자를 교정하는 시간도 내겐 버겁다.
부랴부랴 마무리를 짓고 채용자에게 E-mail을 보내는 작업 마져도 촌각을 다툰다.
# 3.
적어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글이던 마무리를 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천천히 다시 읽는 시간이 제일 소중했다.
내가 누구보다도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 글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쓴소리를 던져줄 누군가가 있었기에,
나는 나의 생각을 개진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다.
그리고 힘겹게 마무리한 페이퍼와 레폿들을 다시 읽어보며 나의 미흡함을 깨달을 수도 있었다.
# 4.
지금으로부터 25시간 전.
나는 언제나처럼 이미 던져진 형식에 맞추어 자소서라는 것을 쓰고 있었다.
처음보다 높은 스펙을 요구하던 채용자의 글을 보면서 그냥 헛짓꺼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skill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spec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증명사진이 꼴보기 싫어서라는 생각도 든다.
# 5.
이번에도 전화는 오지 않는다. 물론 문자도 , E-mail 도.
그럼에도 이제는 별로 섭섭하지 않다. 분명 나보다 구미에 맞는 지원자가 있었겠지...
다행히도 오늘은 소주가 쓰디 썼다. 한 병을 비우기도 전에 구역질이 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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