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써야지 써야지 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지도 벌서 사흘이 지났다.
형제가 많은 것도 아니고, 고작 여동생이 하나 있으니, 게다가 내가 아직 결혼을 아니 했으니, 어찌보면 상당히 큰 집안의 경사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동요도 없었기에... 재미난건 부모님을 비롯해서 면사포를 쓴 동생. 그리고 나까지 누구 하나도 눈물 한 톨.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워낙 눈물이 많고 감수성 풍부한 엄마는 주체못하고 눈물을 쏟을 줄 알았는데, 아주 잠깐 식이 끝나고 눈물을 보인 것 외에는 '하하호호' 즐거운 결혼식이었다.
그 날. 함께 축의금을 받아 준 후배와 겸사겸사 식도 보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애인님이 떠나고 난 후, 날린 트윗
"동생님이 결혼을 했다. 그런데 난 별 감흥도 없고 서둘러 돌아가서 마쳐야 할 업무에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내가 너무 무딘 것일까?? 암튼 동생 결혼도 이렇게 정신없는데 정작 내가 한다면...? 어휴 생각을 접자..."
흠. 그랬구나. 아마도 블로그 포스팅이거나 아니면 백방 논술첨삭이겠지.
이래저래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시간이 흘러버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확실히 느낀 건, 결혼은 연애와는 다르다는 것. 신경써야 할 것도 오만가지이며, 들어부어야 할 돈도 (내 기준으로는) 천문학적이더라. 그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 없던 것 하나는 바로 이바지. 결혼식이 10월 2일 토요일이였는데, 우리 가족은 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두가 금요일 오전부터 정오를 넘길 때까지 이바지 음식을 준비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특히. 이 녀석이 압권.
그러니까 이바지 음식이 참 그렇다. 아부지와 나는 "왜 이런 것을 하느냐?"며 깊게 공감했으나, 일반적으로 저렇게 데코를 해서 문어 세마리를 세팅하면 미니멈 3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이런 니기미... 저거 세 마리 활어시장 가면 10만원 안짝으로 구입할텐데...그래서 당연히 엄마는 문어를 사왔고, 난 올해 벌써 두 번째로, 문어를 끓는 물에 텀벙 집어넣고 숙회를 만들었다. 근데 요놈은 다리 모냥을 예쁘게 잡아주어야 한다고 해서... 결국 나는 포기.
또 하나. 이번 추석에는 큰집에 모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사음식도 하나도 먹지 못한 살짝의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날 다양한 종류의 전을 만드느라 아마 계란 한 판은 더 사용했던 것 같다. 심지어는 우리집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고기전까지 만들었으니,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이것도 업체를 통해서 사면 대략 20만원 선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흠. 이제서야 제주도에서 결혼식하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잔치를 한다고 맨날 술퍼마시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음.. 마지막으로 서둘러 식장에 도착해서 찍은 단 한장의 사진으로 포스팅을 마칠까 한다. 부디 잘 살아라, 싸우지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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