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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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더 들기 전에, 기타를 다시 쳐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주신 통기타를 들고 '뚱땅'거리며 친구들과 함께 학원에 다니던 기억도 났고, 고등학교 음악 실기 시간에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두 달을 넘게 연습하던 기억도 여전했고, LP바와 공연장을 너와 함께 다니며 '언젠가 몰래' 우리가 좋아하는 곡을 연습해서 들려주겠다고 마음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거든. 

 

연주하고 싶은 곡은 너무 많았고, 악보를 구하기 어려운 곡도 많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생각보다 실력이 빨리 올라오지 않았다. 사실 예전에도 기타를 엄청 잘 치던 건 아니었으니... 작년 여름, 처음으로 캠핑을 시작했던 제주의 금능을 떠올리며 고른 이 곡을 위해 (통기타로 치기엔 너무 힘들어서) 클래식기타까지 구매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어쩌다보니 기타는 세 대가 되었고...

 

네가 참 좋아했던 초여름, 너의 생일에 맞추어 들려주고 싶었지만... 찬바람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지금이 되어서야 연습하던 곡들을 민망하지 않을 정도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고, 이제 나라는 존재를 너는 기억이나 할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 기타를 끌어 안고 더 오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그 시간들이 나를 버틸 수 있게 해준 유일한 순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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