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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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인 틀속에 이질적인 용어, 이질적인 개념을 끌어들이면 대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티베트에는 영어의 ‘emotion'으로 번역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부정적인 감정-번뇌(kleshas)-과 같은 감정의 한 가지 범주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emotion'이라는 용어를 쓰기는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주요한 여섯 가지 감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지(痴,) 집착(貪), 분노(嗔), 자만(慢), 그릇된 견해(見), 회의주의 즉 고통스런 의심(疑)입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클리프 샤론의 이야기는 불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감정과는 다른 기준으로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잘 나타내준다.

“....서구의 과학적 심리학에서는 의심을 분노나 행복감, 슬픔과 같은 기본적인 감정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심은 분명히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감정상태입니다. 성하께서 ‘의심’이라고 말씀하시면 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압니다.”


 마음이란 무엇인가,다니엘 골먼/ 김선희,씨앗을 뿌리는 사람


 대학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쓰게 된 페이퍼가 바로, emotion을 주제로 삼았던 것이었는데, 지난주부터 다시 그 글을 찾아서 쑤셕거려주고 있다. 물론 예전에 참고문헌으로 삼았던 책들도 죄다 다시 빌려왔고, 다행히 동국대에서도 많은 자료를 찾을 수가 있었다. 


 굳이 이 글을 다시 정리하려는 이유는 최근의 나의 상황과도 무관하지는 않은데, 우선은 논문제출자격시험을 보고 난 이후, 정신없이 바쁘던 삶이 너무 느슨해져버리고 말았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래저래 수업들이 휴강이 되거나, 굳이 수업 준비를 열씨미 해가지 않아도 그다지 문제가 없는 상황이 전개되어 버린 점이 가장 크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더 이상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으니. 라는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뭐. 나의 지도 교수님은 더 이상 나보다는 다음 학기에 들어올 '제자'들에게 신경을 쓰고 계시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라고 본다. 


 또 다른 이유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쉽게 지치거나, 때로는 성급하게 흥분하곤하는 나를 다시 돌이켜 보게 될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나를 꽤나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은, 내가 지난 7~8년동안 상당히 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놈의 '불교'라는 것을 전공으로 삼아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보면, 철학적인 논의들에서 조금 벗어나, 내 삶의 규범들을 다시금 정리해나가야 하는 일에도 어느 정도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견해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추스리는 공부는 종국적으로는 나를 성장하게 하리라는 사실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할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금요일까지... 빡세어야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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