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한 큐에 삼개국을 돌아다녀야 한다는 사실은 결국 쇼핑에 나를 인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 사람을 위해서 조그마한 기념품을 사러 돌아다는 일 역시 매우 즐거운 일 중에 하나.
그러나 짧지 않은 여정, 배낭에 무엇인가를 사서 채운다는 것은 사치라는 사실을 깨닫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출국 직전, 나의 출국을 환영해준 이들의 주소를 받아 터치에 소중히 메모를 해 두었다.
배낭여행자를 위한 bible, Lonely Planet 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International postage rates are a bargain. a postcard, including registrarion, is K30. If you're blind, you can send mail for free."
나는 장님은 아니였으니, 어쨌든 30kyat는 우리돈으로 30원이다. 버스를 타면 일반적으로 100kyat 정도를 지불하고, 물 한병이 300kyat 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실로 국제우편엽서의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 것인지 알 수 있으리라.
시간이 철철~ 남아돌던 명상센터에서. 밤이면 엽서를 한 통씩 쓰며 적적함을 달래곤했으니, 나에게도 엽서를 받아보는 이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양곤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세 통의 엽서를 보내기 위해서 우체국을 찾았을 때 발생한다. 그 직원 왈. 우편료가 인상되어서 국제우편을 보내기 위해서는 50kyat 짜리 우표를 사서 붙여야 한단다.
그러니까. 쉽게 이야기하자면 동대문 우체국에서는 30kyat 짜리 우표를 붙이면 된다고 하고, 종로 우체국에서는 50kyat 짜리 우표를 붙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인데, 빌어먹을 그럼 전에 보낸 여섯 통의 엽서는 한국 그리고 캐나다로 향했는지 우체국 지하 어딘가에 쳐박혀있는지 알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억울하고 분하기도 하고, 직원을 붙들고 영어로 한참을 떠들어보았지만, 마음좋은 미얀마 우체국 직원 아가씨는 실실 쪼갤뿐, 뭐라 변명조차 하지 않는다. 니기미~
결국 체념. 그런데 더욱 신기한 건. 한국에 돌아와서 확인해 본 결과, 가격 미달의 우표를 붙인 여섯 통의 엽서 가운데 세 통은 한국으로 무탈하게 들어와, 수신인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마음씨 좋은 우체부아저씨가 나의 예쁜 손글씨에 감탄한 나머지, 그냥 한국으로 보내주었다는 셈인데 참 이걸 고맙다고 해야하는 건지. 아닌지...
위 사진은 타이완 101 빌딩에 있는 mailbox.
재미나게도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에게 보낼 우편물을 따로 담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여기까지 와서도 애인없는 설움을 느끼게 하다니, 나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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