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시간이 넘도록 주소록을 수정했다.
핸드폰을 바꾼 이후로, 날라오는 문자에 새겨진 번호가 누군인지 인지할 수 없어 난감했던.
그러한 일들은 이제 더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제 모르는 번호로 들이닥치는 문자에
더 이상 궁금해하지도 미안해하지도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한시간 정도 방을 정리했다.
작년 논문을 마치고 방을 정리하며 출력해 놓은 논문들을 어떻게 할지 몹시 고민했던 것 같다.
이걸 가지고 있어야 할지, 그냥 폐지로 내버려야 할지. 어짜피 pdf 파일로 있어서 영원한 안녕은 아니었지만,
거진 일년을 붙들어매고 항상 논문을 쓰기 위해서 뒤척이던 글들을 버리자니 너무나도 미련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당연하게도 쓰레기통으로 직행.
와인 세 잔을 마셨다.
묘하게도 잠깐 몸 담았던 인턴질이 끝나면서 내게 닥친 공허함에,
이제 다음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고민이 함께 겹쳐버리고,
한동안 쉼없이 달려왔던 일상에 지쳐버린 나의 육체를 달래기 위해서...
겨울잠을 자야겠다.
부엌 한 켠에 손수 어머님과 함께 만들었던 매주를 위해 집안이 따뜻하다.
그 중에서도 내 방은 수면바지를 입고 잠에 들면 더워서 잠에서 깨곤 해버린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말자. 스스로에게 답을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고민을 해보자.
짧지 않은 시간동안, 방안에 틀어박혀서 혼자 지내고 싶다. 적어도 차선책은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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