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아마도 2년전 어느 날로 기억한다.
사진에 관한 교양수업을 들으면서, 언젠가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게으름으로 인해서 그 생각은 단지 생각에 머물고만 있었을 뿐,
지난 겨울, 상하이와 티벳을 다녀올 때에도 일명 '똑딱이'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귀차니즘으로 인해 티벳으로 향하기 전, 시험삼아 찍고 인화해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필름을 넣고 사진을 찍은지가 십여년도 넘었으니 당연히 나도 불안할 수 밖에...
또한 이 녀석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예전 디카가 수동 카메라의 기능을 지원해서 대략의 느낌만을 지니고 있을 뿐.
어짜피 갑작스럽게 시작된 여행이었다.
굳이 티벳에서 하던 것 마냥, 연신 셔터질에 열중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시험삼아 테스트나 한 번 해보면 된다는 배짱이 있었다.
내가 아니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올 녀석들은 많았고,
동생의 카메라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으므로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36방짜리 필름을 한 통 사고, 혹시나 해서 24방짜리 필름을 준비했으나,
일요일 오후에는 날이 좋지 않았고, 월요일에는 산행에 지쳐서 결국 한 롤만.
어제 퇴근을 하고 내려오며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고, 오늘 찾아서 돌아왔다.
필름 한통을 스캔해서 CD에 담아주는 가격은 4,000원. 필름값까지 하면 대략 6,000원이다.
맨날 카메라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이니 생각보다 부담은 들지 않는다만...
노트북에 CD를 담고, 36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내린 결론은 .
'더 찍어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