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회라는 음식을 처음으로 접해본 때는 벌써 5년전.
지금처럼 무더위가 한창이던 여름의 어느날.
일산의 백마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 하나로,
유달리 나를 아껴주시는 반장님이 한분 계셨다.
오랜 막내 생활과 불규칙적인 수면으로 피골이 상접하던 무렵.
(여담이지만 이때 나의 몸무게는 입대날보다 20Kg가 빠져있었다.)
저녁이나 함께 하자며 시켜주신 음식이 바로 제주의 '한치물회'.
청산도에 도착하던 날, 가장 먼저 물회를 잘하는 식당을 물었다.
민막집 아주머니는 부두식당의 물회가 일품이라고 하신다.
이곳은 오징어나 한치가 없어 갑오징어로 물회를 한다는 설명까지...
솔직히 물회를 파는 집이 많았기에,
완도에 돌아가서도 어렵지 않게 물회를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생각이 바로 치명적인 실수가 될 줄이야...
뱃시간에 맞추다보니, 청산도에서 점심을 거르고 나와야 했고,
완도에 돌아와 수소문을 하며 거리를 뒤져도 물회를 하는 집은 없었다.
물회에 대한 나의 집착이 조금은 도를 넘어섰다는 불안감이 들었을 무렵.
친절한 나의 동행자들은 나를 대신해서 이곳저곳에서 수소문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 완도읍에서 물회로 유명하다는 포항물회라는 집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완도에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물회로 한다는 사실에 모두들 동의해주었다.
명가. 변지. 고맙소...
드디어 우리의 마지막 만찬의 시간이 다가왔고,
완도수목원에서 택시를 불러 우리는 결국 물회를 하는 집에 도착.
다행히도 사장님은 오징어 물회를 특선메뉴로 준비하고 계셨다.
가격이 그리 착하지는 않았고, 오징어회도 신선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완도읍에서 물회로 알아준다는 사장님의 말씀이 헛빵은 아니었다.
물론 오랜 산행으로 지친 녀석들도 생각보다 그릇을 많이 비워서 놀랍긴 했지만...
(만일 나의 호들갑에 주눅들어 맛있게 먹어주는 척이였다면, 다음에 술 한잔 사겠오)
제주도에서 더위에 지친 여름을 나기위해 먹던 물회의 맛을 기억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변지의 표현을 따르자면,
결국 식객을 찍으로 왔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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