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고마운 효과'에 해당되는 글 19건

  1. 2010.08.04 함께 있기
  2. 2010.07.06 게으름 2
  3. 2010.06.29 그런 날
  4. 2009.07.20 욕조
  5. 2009.07.13 소심한 물고기들
  6. 2009.03.10 木蓮
  7. 2009.02.22 마음에 두다
  8. 2009.02.20 연두색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
  9. 2009.01.17 MB를 욕하지 말자
  10. 2009.01.01 아듀

함께 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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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즘 철학에 따르면, 벗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은 행복을 얻는 방법 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에 속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위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앉아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서로를 바라보아도 되고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더 이상 마음을 쓰거나 떠벌릴 필요도 없다. 그저 말없이 함께 있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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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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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든 것에 있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하는 시간. 약속장소에 나가는 시간.



비디오로 본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나서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당신은 스톱 버튼을 누르며 심지어 전화 받을 때도 벨이 다섯 번 이상 울린 후에야 겨우 받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그러니 당신에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어쩌면 사랑하는 일에도 당신은 똑같은 속도를 고집할지도 모른다.



시간을 달라, 끌림.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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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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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
하루 종일 바람은 불고
마음은 천장 구석의 얼룩을 따라 한없이 번져가고 싶은 오후
뒷문 덜컹이는 소리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오고



느즈막히 몸 일으켜 창문을 열면
가로수와 전깃줄 사이를 헤매는 눈송이가 보이고
두터운 옷 뒤집어쓴 사람들 느릿느릿 거리를 지나쳐가고



하염없이 시간은 흐르고
아무도 내게 전화조차 걸어오지 않는 그런 날
옆집 옥상의 언 빨래들 문득 펄럭이다 그칠 때
창밖을 휘날리는 눈발 속을 걸어오는
하얀 눈사람이 보이고



어느덧 방 안을 들어온 눈사람이
눈웃음 지으며 다가오고 창밖 하늘에 부서져 내리는 하얀 눈송이들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해 헤매는 저물녘
방을 가득 채운 채 하얗게 웃고 있는 눈사람 앞에서
나 또한 멀거니 웃고만 있는 그런 날



오래고 오랜 나날 먼 길을 굴러오며 커다래진 눈사람도
차츰 녹아가고
내 발밑을 적시며 흐르는 눈사람의 물 앞에서
나 아무리 도리질해보지만



나도 어느 날 길 떠나
어느 누구 앞에 눈사람 되어 서고 싶은 그런 날
뒷문 덜컹이는 소리에 종일토록 마음은 붐비고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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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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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한 개의 별자리,

자신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몇개의 연필,

지갑 속에 평생 보관할 수 있는 한 장의 사진,

그리고 언제든 돌아가서 다리를 녹일 수 있는

한 개의 욕조로 충분하다.



PASSPORT,  김경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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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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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할 말이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

말 그건 물고기들 내 머리속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혀 끝을 맴돌던 그 말들은 소리가 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 버렸네 다시 헤엄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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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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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12년 동안 자취(自取)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 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들을 기웃거렸다
이사 때마다 기차의 화물칸에 실어온 자전거처럼
나는 그 바람에 다시 접근한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 서야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
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
그늘이 비리다




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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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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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니 마음에 두었지
모든 것이 처음에는 그렇지
그러나 나중에는 몸으로 녹아드는 그
검은색 쓴맛을 즐기게 된다오
아 쓰다 아 좋다
더 주시오 더 주시오


초콜릿 소파에 앉았지
앉는 순간 아랫도리가 녹아 없어졌어
아 달디단 이 상실
더 지워요 더 더
파란 하늘 너머로 진저리 매니큐어
마음의 손톱에 끈끈하게 발랐지


마음에 한번 착색되면 지우지 못해
기억된 것은 사무칠 뿐
마음에 한번 두면
아무리 쓰려도 몸으로 녹이는 수밖에 없지
초콜릿을 심장 근처의 체온으로 천천히 녹여
씁쓸한 강물을 만드네


마음에 둔 것을 몸속에서 삭였지
달콤하여 둔 그 쓰디쓴 것을
추상형의 기억으로 뭉개느라
겨울이 다 가네 봄이 와도
모르고




성기완, 당신의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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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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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불가피하게 너를 사랑해서 내 뒤편엔 무시무시한 침묵이 놓일 테지만 너를 사랑해서 오늘은 불가피하다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영혼에 처벌받을지 모르지만 시체를 사랑해서 묻지 못하는 사제처럼 불가능한 영혼을 꿈꾼다 환영에 습격받은 자로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몇천 년 전부터 살았던 바람이 내 머리칼을 멀리 데리고 날아갈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로 시작되는 연기가 연두색 담배의 끝물에서 흘러나온다





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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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를 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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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냐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다.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가끔 이 말이 하고 싶었다. “MB 욕 좀 그만하자.”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면, 이게 막장이라면, 그 책임은 오로지 MB에게 있지만 말이다.

2007년 봄에 발표된 소설가 백영옥의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단편이 있다. 소설 속에서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변비에 고생하는 아빠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하고, 쉰아홉살 아빠의 흡연결심과 가출을 접한 엄마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하고, 부동산 사기분양에 로또 당첨금을 날린 삼촌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한다. 실제로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MB다. 펀드가 박살나고,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아이들이 더 극심한 사교육판에 내몰리고,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선생님들이 잘리고, 언론악법이 현실화되고, 국회가 난장판이 되고, 종이잡지의 위기는 더 심화되고, 우리집 아이는 갈수록 말도 안 듣고 공부도 안 하고 뽀뽀도 기피하고, 이런 게 다 모조리 MB 때문이다. 어떤 건 확실히 MB 때문인 것 같고, 또 어떤 건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황 때문인 것 같고, 또또 어떤 건 단순히 내 불찰 때문인 것 같아 아리송한데, 에라 모르겠다. 무조건 이게 결국 다 MB 때문이다.

한데 이상하다. MB를 욕하는 게 듣기 싫어졌다. 구차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눈빛만 교환해도 다 아는 사실인데. 굳이 새롭지도 않은 이야기로 MB를 까는 게 고장난 MB, 아니 MP3처럼 들리는 거다. 어느 날 문득, MB를 준엄하게 질타하는 신문 칼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칼럼은 뻔한 원론에 입각해 MB의 행태를 조목조목 짚다가 “대통령의 성찰을 촉구한다”고 꾸짖었다. 갑자기 MB를 식상하게 비판하는 칼럼들의 성찰을 촉구하고 싶어졌다. 물론 예리하고 서늘한 자객의 검 같은 논리를 만나기도 한다. 문제는 너도나도 MB를 비판하고 그것이 관성화되면서 판에 박힌 ‘타령조’가 흔해졌다는 거다.

2008년의 촛불집회를 떠올린다.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의 그 발랄하던 구호와 카피를 기억한다. 그들의 피켓에서 빛나던 통찰과 유머와 해학에 시민들은 함께 웃었다. 그 유희가 그립다. 아직도 4년 남았다. MB를 ‘쉽게’ 욕하지 말자. 욕을 아끼자. 하려면, 색다르게, 예측불가능하게 하자. 안되면 차라리 시시껄렁하되 재밌는 농담을 하자. MB 탓 또는 남 탓 말고 나나 잘해야겠지만….

글 : 고경태

원문보기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3005&article_id=5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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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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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옷가지들이 뒤엉킨 트렁크를 열어

산뜻한 것들을 골라 입고 떠나렴

그 트렁크만 들고 말이다

당신이 떠나지만

실은 세월이 당신을 데려가는 것

아니면 뒤엉킨 것들이

버려지는 걸지도

몰라

내 검푸르게 썩어가는 몸 한 귀퉁이에

구멍을 뚫어 노래할게

모른다고



성기완 '당신의 텍스트'



여러모로.-그것이 내포한 의미를 절대 글로는 표현할 수도, 표현할 능력도, 게다가 모든 것들을 기억할 수도 없지만.- 대학에 입학하던 01년도와 학교로 돌아오던 05년도,에 버금갈 정도로. 나를 성장시켜버린 2008년.


あり-がと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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