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주'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7.20 욕조
  2. 2009.03.10 木蓮
  3. 2009.02.20 연두색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

욕조

|



사는 동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신과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한 개의 별자리,

자신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몇개의 연필,

지갑 속에 평생 보관할 수 있는 한 장의 사진,

그리고 언제든 돌아가서 다리를 녹일 수 있는

한 개의 욕조로 충분하다.



PASSPORT,  김경주 .



'문장의 고마운 효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으름  (2) 2010.07.06
그런 날  (0) 2010.06.29
소심한 물고기들  (0) 2009.07.13
木蓮  (0) 2009.03.10
마음에 두다  (0) 2009.02.22
And

木蓮

|


마루에 누워 자고 일어난다
12년 동안 자취(自取)했다


삶이 영혼의 청중들이라고 
생각한 이후
단 한 번만 사랑하고자 했으나
이 세상에 그늘로 자취하다가 간 나무와
인연을 맺는 일 또한 습하다
문득 목련은 그때 핀다


저 목련의 발가락들이 내 연인들을 기웃거렸다
이사 때마다 기차의 화물칸에 실어온 자전거처럼
나는 그 바람에 다시 접근한다
얼마나 많은 거미들이
나무의 성대에서 입을 벌리고 말라가고 서야
꽃은 넘어오는 것인가
화상은 외상이 아니라 내상이다


문득 목련은 그때 보인다


이빨을 빨갛게 적시던 사랑이여
목련의 그늘이 너무 뜨거워서 우는가


나무에 목을 걸고 죽은 꽃을 본다
인질을 놓아주듯이 목련은
꽃잎의 목을 또 조용히 놓아준다
그늘이 비리다




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문장의 고마운 효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조  (0) 2009.07.20
소심한 물고기들  (0) 2009.07.13
마음에 두다  (0) 2009.02.22
연두색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  (0) 2009.02.20
MB를 욕하지 말자  (0) 2009.01.17
And

연두색 담배의 마지막 한 모금

|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내 눈이 너로 인해 번식하고 있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불가피하게 너를 사랑해서 내 뒤편엔 무시무시한 침묵이 놓일 테지만 너를 사랑해서 오늘은 불가피하다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영혼에 처벌받을지 모르지만 시체를 사랑해서 묻지 못하는 사제처럼 불가능한 영혼을 꿈꾼다 환영에 습격받은 자로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오늘은 몇천 년 전부터 살았던 바람이 내 머리칼을 멀리 데리고 날아갈 것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니 불가피하게 오늘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


  로 시작되는 연기가 연두색 담배의 끝물에서 흘러나온다





김경주,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몽상가





'문장의 고마운 효과' 카테고리의 다른 글

木蓮  (0) 2009.03.10
마음에 두다  (0) 2009.02.22
MB를 욕하지 말자  (0) 2009.01.17
아듀  (0) 2009.01.01
나의 새벽이 넘겨야 할 또 한 장의 페이지라면  (0) 2008.11.30
And
prev | 1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