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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4.24 Mills

거사(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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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란 출가(出家)하지 않은 남자의 불명(佛名) 밑에 붙이는 칭호. 란다. 무식하게도 나는 '절 사(寺)'를 써서, 절에 사는 이를 통칭하는 이라고 생각했었으니. 참 어디가서 불교 전공했다고 말하기에는 매우 민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생각해보니 나를 '거사님'이라고 부르던 한국 스님은 여성분들에게는 '보살님' 하고 불렀던 것 같다.


마하시에서 만난 '길' 스님



그러니까 이 분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를 '거사님!' 이라고 불려주셨던, 한국에서 미얀마로 날아와 출가를 하신, 그리고 내 마음대로 법명을 만들어 '길'스님이라고 불렀던 분이시다. 물론 아직도 양곤에 위치한 마하시 명상 센터에서 계속 수행에 정진하고 계신 것 같다. 아마도 어제 내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드렸으니, 그리고 내 이메일에는 항상 나의 블로그 주소를 꼬리로 남겨놓으니. 언젠가는 이 글을 읽으실 수 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기분나쁘셨다면 죄송.~


우습지만 나는 사실 수계식과 함께 법명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불교 신자이냐면. 또 그건 아니다. 그 이야기를 하자면, 그닥 떠올리고 싶지 않은 훈련소 시절의 기억을 들추어내야 하기 때문에 패스. 여튼간에 그때 받은 법명은 수월(水月) 이였고, 나는 그 법명에 상당한 애착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수월거사' 인 셈이다.


암튼간에 그때 든 생각은 바로 출가(出家)와 가출(家出)의 차이는 무엇인가? 라는 것이였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던 고민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머릿 속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명상 센터에서 수행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딱히 할 일이 많지 않아 지루하기에 가끔씩 머릿 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를 보아도, 문제 제기는 명확하게 기록되어 남아 있는 반면에, 그닥 마무리는 지어져 있지 않은 관계로 인해 당시 어떻게 쑈부를 쳤는지 기억나지는 않아서 안타까운데. 여튼 구글링을 해보니. 나와 비슷한 문제 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꽤 있기에 나름 반가운 느낌이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보다 재미난 의미 역시 지니고 있었다.


'숨어 살며 벼슬을 하지 않는 선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지내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양곤에 위치한 명상센터에 있을 때에도 나는 거사였고, 두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도 여전히 거사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여유는 실로 오래간만인데. 생각해보면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재수생이라는 신분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가기 전까지 대략 두 달간의 시간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뭐. 간단히 말하면 나는 지금 백수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언제까지나 백수일 수는 없을 노릇. 3개월 할부로 구입한 카메라를 고려해보았을 때 다음달 카드 결제일 전까지는 무어라도 해서 비어버린 통장을 서서히 메꾸어야 할 터이고, 올 가을이면 결혼할 하나뿐인 여동생님을 위해 조그마한 가전제품이라도 하나 건네주려면. 가급적 pay가 좋은 자리를 알아봐야 할텐데...


아직까지도 두 달간 계속되었던 삶의 패턴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조만간 이곳을 떠나서 어디로 갈까? 라는 다음 행선지 정하기 놀이에 푹 빠져버려 있으니. 철없는 29살 아저씨를 누가 좀 꾸짖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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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M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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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에도 나를 담은 사진을 총 10컷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야. 아니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대만 중정공항에서 나를 담다.



검게 그을린 피부, 한 달동안 방치해둔 턱수염. 6kg이 줄어버린 몸무게.

100일동안 마늘 대신 육류를 섭취하며 사람이 되기를 기원해보기로 하자.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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